詩쓰기
고백하자면
섬지기__황희순
2008. 8. 9. 21:08
고백하자면
황희순
한때 나는 고물상 주인이었다. 매일매일 고물 그러모으는 게 일이었다. 찾아오는 이들은 하나같이 삐뚜름한 인상을 하고 있었다. 쓰는 물건도 그런 것들로 채워져 갔다. 마당을 맴돌던 돌개바람은 그림자를 물고 울 너머로 날아갔다. 그럴 때마다 뒤꿈치가 들썩거렸다. 해가 바뀌어도 고물상은 햇볕이 들지 않았다. 서른 갓 넘긴 그때부터 나는 낡아가기 시작했다. 고물장수도 주워가지 않는 시시한 詩나 끼적대며 수위를 조절했다. 바닥이 보일까봐 거울 안 본 지 오래, 어두운 쪽으로 목이 자꾸 길어졌다. 길어지는 목을 수시로 베어 詩 속에 욱여넣고 봉했다. 하여 사십 줄을 머리 없이 살았다. 다시 피돌기 시작한 이 머리는 새로 돋은 거다.
___<애지, 2008. 가을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