詩읽기·책읽기

위험한 독서/고완수

섬지기__황희순 2019. 7. 27. 07:42

위험한 독서

 

고완수

 

 

빨판처럼 달라붙은 공포는

밤새도록 영혼을 갉아댔었지

 

심장이 끓도록 울음을 뽑아

항복의 깃발 올려도

들어왔던 문을 나가는 문으로

열 수 없었겠지

 

발톱이 해지도록 발버둥쳐도

사면의 벽들이

절망의 표정을 화석처럼 보여줄 때,

 

책 속에 있다는 길을

활자가 눈알에 박히도록 물어도

서가에 꽂힌 모든 책들이

모래알 같은 침묵만을 보여줄 때,

 

어둠을 찍던 부리로

생의 전원을 내리고

마지막 호흡을 절명으로 기록한,

 

죽음이 내민 책 한 권을

후생처럼 뜨겁게 읽었다

 

*고완수 시집 <낯익은 초면>에서

*고완수 시인 : 충남 보령 출생/1999 <동양일보> 신인문학상

                시집 <나는 자주 망설인다> 외