위험한 독서
고완수
빨판처럼 달라붙은 공포는
밤새도록 영혼을 갉아댔었지
심장이 끓도록 울음을 뽑아
항복의 깃발 올려도
들어왔던 문을 나가는 문으로
열 수 없었겠지
발톱이 해지도록 발버둥쳐도
사면의 벽들이
절망의 표정을 화석처럼 보여줄 때,
책 속에 있다는 길을
활자가 눈알에 박히도록 물어도
서가에 꽂힌 모든 책들이
모래알 같은 침묵만을 보여줄 때,
어둠을 찍던 부리로
생의 전원을 내리고
마지막 호흡을 절명으로 기록한,
죽음이 내민 책 한 권을
후생처럼 뜨겁게 읽었다
*고완수 시집 <낯익은 초면>에서
*고완수 시인 : 충남 보령 출생/1999 <동양일보> 신인문학상
시집 <나는 자주 망설인다> 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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